Society

신체 강화 기술의 발전

"눈이 침침하시다고요? 마흔이 넘어서도 자연 안구를 쓰시니까 그렇겠죠. 자, 트라인 사에서 출시한 이번 T0-234 모델은..."

‌긴 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사상자를 남겼다. 특히 뱀파이어들의 활약은 전쟁을 끝내는 기폭제가 되었지만, 동시에 이들을 처치하기 위한 무기 공학의 급진적인 발전을 불러일으켜 전선에 나선 인간들은 뱀파이어의 등장 전보다 극심한 수준의 부상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세계대전 전후로 인공 신체 개발 및 개조에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2213년엔 돈만 있다면 신체의 어느 부분이든 갈아 끼우고 더 훌륭한 성능을 가진 사이버/기계 신체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물론 인공 신체 시술의 대부분은 공공보험으로 커버되지 않으며, 미국은 전후에 공공보험이 서서히 사라져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체 개조는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비싼 일이다. 그래서 몇몇 천문학적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큰 의미가 없는, 미학적인 신체 개조를 단행하기도 한다. 

‌마치 불법으로 장기나 피부, 기타 신체 부위를 매매하고 수술하던 것처럼 인공 신체 역시 이에 관한 암시장이 큼지막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범죄자들은 주로 이 루트로 신체를 강화한다. 

‌유명한 신체 강화 회사들로는 주로 갑부들을 위한 아름다운 강화 신체를 만드는 호주의 악시오스 사, 튼튼한 보급형 강화 신체를 생산하는 러시아의 카쉬크 사, 극강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유명한 미국의 트라인 사 등이 있다.

무기의 범람

"괜찮은 미국의 가족이라면 방범을 위한 자동 소총 시스템 정도는 마당에 설치해 둬야 하는 겁니다. 뭐, 도둑놈이 총 수백 발을 맞고 뒈진대도, 뭐가 문제겠습니까?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요!"

뱀파이어들의 등장으로 무기 공학 역시 급속도로 발전했을 뿐더러, 긴 전쟁 동안 만들어진 무기는 물론이요 이후에도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군수사업체들의 적극적인 프로파간다로 미국에선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여덟 살 꼬맹이도 권총 한 자루 쯤은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돌 정도로 무기의 제조, 판매, 사용이 횡행하고 있다.

‌광선을 활용한 무기부터 인공으로 개조된 신체와 감응해 최적의 성능을 내는 스마트 웨폰, 무식한 화력의 화염방사기와 로켓포까지 공식적인 무기상과 암시장의 무기상에서 구하지 못할 무기는 없다.  

사치, 향락, 범죄

"자, 들어봐. 네가 빽도 뭣도 없는 좆나 평범한 새끼라도 하룻밤을 탕진할 마약을 사는 데엔 단 100달러밖에 안 들지만, 머리가 아파서 진료라도 받고 싶다면 300달러를 내야 한단 말이야."

부실한 복지 정책과 점점 더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 기조 속에서 보통의 시민에게 주어지는 의료, 치안, 소방 등의 공공서비스 품질은 아주 낮거나 전무한 수준이다. 특히 뉴욕시에서는 2183년경 뉴욕 수도공사의 오랜 횡령으로 인해 공공 수원의 질이 점점 낮아져, 페니실린의 개발 이후엔 찾아보기도 힘들었던 대규모 수용성 역병까지 돌았던 적이 있다. 

반면 부자들이 돈을 물 쓰듯 쓰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스포츠, 패션 산업은 날이 갈수록 발전해 최첨단 기술과 각 분야를 접목한 트렌드가 날이 다르게 생겼다가 사라진다. 최근의 유행은 완전히 외피를 금으로 바꾸는 신체 개조와 이에 맞춘 패션. 

공공 서비스가 부실한 만큼, 암암리에 성행하는 불법 진료와 알음알음 존재하는 범죄 집단의 지역 치안에 뉴욕 주민들의 대부분이 의존하고 있는 실정.  

2213년의 뉴요커처럼 말해봅시다!

'이 최신판 < 뉴요커 어반 랭귀지 딕셔너리 >와 함께라면 관광객 티는 하나도 안 내고 지갑을 털리지 않은 채 무사히 뱀파이어들을 구경하다 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드라운드 Drowned

질 좋은 하프 혈통을 타고 났으면서도 자질을 발현시키려는 훈련을 게을리 해 인간이나 다름없는 미미한 능력을 갖춘 뱀파이어들을 비웃는 말. 어느 뱀파이어든 면전에서 드라운드, 혹은 디드(D-ed)라는 말을 들으면 분노할 겁니다! 

로얄블러드 Royalblood

어차피 당신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원형은 마주칠 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주아주 드문 확률로 원형의 피를 직접 물려받은 뱀파이어를 만날 수도 있죠! 이들을 보통 로얄블러드라 부릅니다. 로얄블러드 쯤 되면 따라다니면서 어떻게든 한 번 흡혈당하고 싶어 하는 블러드백들도 많으니까, 알아보긴 쉬울 겁니다. 

블러드백 Bloodbag

말 그대로 뱀파이어들의 피주머니를 자처하며 그들의 뒷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나사 빠진 녀석들을 이르는 말이죠. 피만 빨리면 그만인가? 종종 그 기분에 취하다못해 중독되어서 뱀파이어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하는 인간들까지 있는걸요! 넓게는 뱀파이어들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준비가 되어있는 권력자 녀석들을 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머시 Mercy

뉴욕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유통되는, 바로 그 소문의 슈퍼노바를 부르는 별명입니다. 약효가 너무 좋아서 불치병을 앓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선물하려고 찾는 사람들도 많아서 생긴 별명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그거' 한 방이면 여태까지 알아왔던 모든 쾌락은 우스워진다고는 하더군요.  

길리 Gilly

신체의 80% 이상을 인공, 기계 신체로 개조해버린 맛 간 녀석들을 부르는 이름이죠.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 아나운서 길리 길모어의 이름을 딴 별명입니다. 이것도 디드마냥 면전에서 부른다면 강화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맞아 다시는 골격을 펴지 못할지도 몰라요!

더 닥터 The doctor

뉴욕 시티의 첫째 명물이 드글거리는 뱀파이어라면, 둘째 명물은 '더 닥터'라고 불리는 불법 신체개조 의사나리들이죠. 이들은 자기들끼리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조합 같은 걸 형성하고 있는데, 명백히 불법임에도 이 사람들을 검거하려는 움직임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해요. 어차피 불법으로 개조를 받을 거라면 관광 간 김에 받는 것도 나쁘지 않죠. 별책부록에 수록된 더 닥터 가이드맵을 참고하세요.